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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머컬처

5월에 심기 좋은 강낭콩의 동반식물, 오크라

by 지반티카 2022. 11. 6.

오크라를 아시나요?

 

일본 문화에 익숙한 편이다. 전공과 관련이 있기도 하고, 잠깐 살아본 적도 있었다. 한창 유행할 땐 제이팝과 일본 드라마에 빠져 살기도 했다. 일본에 살 때도 먹어보진 못했지만, 오크라는 일본에서 즐겨 먹는 채소로 알고 있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파는 곳이 잘 없다. 오크라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어쩌다 오크라가 뭔지 아는 사람들을 마주치긴 하는데, '자르면 별 모양인 것'이라고 생김새만 알고 있는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년 전, 오크라가 너무 먹어보고 싶었었다.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묘연해서 당시엔 결국 먹지 못했다. 발리에서 씨앗을 발견하고 사 왔지만 심을 땅이 없었다. 식물을 심거나 키우는 것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도 했다. 결국 씨앗은 뜯지도 못하고 서랍에 넣어두게만 되었다. 

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오크라를 만난 곳은 마르쉐였다. 성수에 장이 섰었다. 오크라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푸릇푸릇하고 빨강빨강한 것이 참 신기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이었다. 

 

칼로 잘라보니 정말 예쁜 별모양의 단면이 나왔다. 농부님이 알려주신 대로 달궈진 팬에 들기름을 둘렀다. 오크라를 볶다가 간장과 후추를 더했다. 조금 더 볶으면 완성되는, 너무나 간단한 요리. 별 걸 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맛있었다. 낫또는 아닌데 점액이 있어 실처럼 길게 늘어나고, 아삭하기도 한 식감. 

 

그래서 텃밭을 하게 되었을 때 오크라를 냉큼 심었다. 발리에서 사 온 씨앗 포장지에는 따뜻한 날씨라면 언제든 심어도 좋다고 쓰여있었다. 종묘사에서 적오크라 씨앗을 사면서 확인해보니, 우리나라에선 5월도 잘 자랄 수 있는 시기였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하루 정도 물에 씨앗을 담가 두었다가 심으면 좋다고 했다. 발리에서 사 온 씨앗은 2019년도에 사 온 씨앗으로, 발아율이 어떨지 몰라 새로 산 씨앗보다 더 오래 담갔다. 담가 둔 씨앗 중에 가라앉은 씨앗을 심어야 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선별된 씨앗은 텃밭 오프닝 데이 때 젖은 키친타올에 감싸서 조심조심 가져갔다. 

 

심은 오크라는 나중에 이렇게 자라게 된다. 오크라 열매가 이런 모양으로 맺힌다는 걸 키우면서 배웠다.

 

오크라는 열매 색깔에 따라 줄기 색깔이 다르다 

 

발리에서 사온 씨앗은 청오크라였다. 종묘사에서 산 것이 적오크라. 심은대로 쪼로록 쪼로록 새싹이 났다. 모양은 비슷한데 서로 줄기 색깔이 달랐다. 처음 키워보는 거였으니까 새싹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리가 없었지만, 새싹이 난 자리가 오크라 심은 자리인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 어떤 식물인지 알려주는 Picture This 앱이 오크라라고 했으니 확실히 확인이 된 셈이다. 크게 자란다고 해서, 새싹들은 조심조심 옮겨 심어주었다.  

 

이사를 마친 오크라들. 사진 중앙에 강낭콩이 자라고 있다. 붉은 줄기를 가진 새싹이 적오크라, 맨 오른쪽이 청오크라이다.

 

강낭콩의 동반 식물, 오크라

 

오크라 새싹은 어디에 옮겨 심어주는 것이 좋을까? 퍼머컬처 텃밭이니, 크게 고민할 필요 없이 동반 식물이 누구인지부터 찾았다. 오크라는 아욱과 식물이고, 콩과 식물과 같이 잘 자란다고 되어있었다. 오크라를 콩과 엇갈려 심으면 병충해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강낭콩 새싹 근처로 옮겨주었다.

 

옮겨 심은 후 자리를 잡은 오크라들. 가운데가 적오크라, 오른쪽이 청오크라이다.

 

그리고 오크라는 키가 큰 편이라서, 텃밭의 가장자리보다는 가운데로 자리를 잡아주었다. 옮겨 심은 곳에 오크라들이 자리를 잡고 나서는, 검은콩과 팥, 백태를 그 주변으로도 심었다. 모두 무성히 잘 자랐다. 

 

 

여름, 훌쩍 자란 오크라 옆에 우거진 콩숲.

여기서 잠깐! 알아두면 좋은 퍼머컬처 TIP

동반 식물이란, 같이 심었을 때 서로를 도와주며 잘 자라는 식물들을 의미한다. 사람으로 따지면 같이 공부하거나 일할 때 시너지가 나고, 같이 놀 때 즐거운 동료, 친구 사이인 것이다. 구글이나 핀터레스트에서 영어로 검색하면 무한히 많은 동반 식물들이 나온다. 동반식물을 고를 때 중요한 것은, 검색해서 찾은 식물들을 왜 같이 심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 없이 동반 식물의 목록만 있는 경우는 조심해야 한다. 같이 심는 이유를 모르는 것은 무턱대고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주식을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검색해서 찾은 조합을 심었다고 해서 잘 자란다는 보장도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참고는 하되, 텃밭의 땅과 주변 환경 조건에서 어떤 식물들이 궁극의 조합을 이루는지는 직접 심어서 키워봐야만 알 수 있다. 

 

손이 많이 가지 않아 키우기 편한 식물, 오크라 

 

오크라는 적당한 수분만으로도 충분히 잘 자라는 것 같다. 사람으로 따지면 제 때 밥만 잘 주면 알아서 쑥쑥 크는 어린이 같달까. 콩과 나란히 심어 그런지 병충해에서도 안전했다. 가끔 노린재나 메뚜기 같은 아이들이 와서 앉았다 가기는 했지만.

 

곤충의 쉼터, 오크라 잎. 오가는 곤충들은 텃밭의 손님이자 식물들의 좋은 친구이다.

 

잎이 두꺼워서 그런지 곤충들이 와서 갉아먹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리고 곧게 위로 크면서도 힘이 있어서 지지대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다른 식물들의 지지대가 되어주었다. 키가 작은 청오크라가 오이 근처에 있었는데, 시기를 놓쳐 지지대를 해주지 않았더니 오이가 바닥을 기며 청오크라에게 가서 덩굴을 감았다. 오이에게 감긴 청오크라는 잘 자랄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서, 그대로 두었더니 오이의 힘에 밀려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생명의 살고자 하는 의지가 얼마나 강인한 것인지를 목격한 순간이었다. 

 

기어가는 오이는 오크라도 감고, 콩도 감아올라갔다.

 

그리고 씨앗이 오래된 청오크라보다는 종묘사에서 산 적오크라가 훨씬 잘 자랐다. 발리에서 자연 재배해로 채종 된 씨앗이라 오래됐어도 조금은 기대한 바가 있었는데, 열매가 맺히려다 날이 추워지니 성장을 멈추었다. 기후가 달라서인지 잘 자라지 못한 점이 안타깝고 아쉬웠다. 

 

퍼머월드의 제왕, 오오 크라 오크라! 

 

텃밭 이웃님이 텃밭마다 왕이 하나씩 있다고 하시면서 내 텃밭의 왕은 오크라라고 하셨었다. 텃밭에서 봄 여름 가을 세 계절을 지내고 겨울이 다가오는 지금, 텃밭이 어땠는지 돌아보니 정말 그랬다. 지반티카의 퍼머월드를 구경 오면 누구나 오크라를 가리키며 물었다.

 

 

얘는 뭐예요?

텃밭 이웃님 중 한 분은 오크라의 매력에 흠뻑 빠져, "오오 크라 오크라" 라는 재미있는 별명도 만들어주셨다. 내 마음에도 쏙 들어서, 인스타그램에 오크라 사진을 올릴 때마다 크게 잘 자라라고 주문을 외듯 올리기도 했다 (그래서 더 잘 자란 거였을까?). 그 이웃님은 텃밭에 올 때마다 우리 텃밭에 꼭 와서 오크라가 얼마나 자랐는지 확인하고 사진을 찍어가시고, 텃밭에 못 가는 주엔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시기도 했다. 

나도 텃밭에서 제일 신기한 게 오크라였다. 꽃이 얼마나 예쁘고, 큰지 정말 깜짝 놀랐다.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옅고 고운 색감과 화려함으로 텃밭에 갈 때마다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이웃님 말대로 퍼머월드의 제왕은 오크라가 맞았다. 

 

 

오크라 꽃.

 

꽃이 지고, 가을에 접어들면서 조그맣게 맺혔던 열매가 훌쩍 커버렸을 때도 또 한 번 놀랐다. 가장 큰 오크라 열매는 정말이지 텃밭 이웃들까지 모두 놀라게 했다. 조금 시기를 놓쳐서 수확하게 되었지만, 섬유질이 엄청 억센 친구였다. 먹느라고 씨앗은 남기지 못했다. 칼로 자르니 씨앗이 동강 나서이기도 했다. 어떻게 채종 해서 보관하는 게 좋을지는 언젠가 또 키우게 되면 연구해봐야겠다. <끝>

 

 

 

제일 큰 오크라 열매는 손바닥보다도 훨씬 길었다.

 

강낭콩에 대한 포스팅은 아래 링크에!

 

https://jivantika.tistory.com/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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