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토요타 주말농부 김장 나눔 행사, 첫 소감 나눔의 주인공이 되다
2022 토요타 주말농부에 선정, 퍼머컬처 텃밭을 가꾼지 벌써 반 년이 되었다. 올해의 텃밭 활동과 교육도 끝을 앞두고 있다.
텃밭 프로그램의 마무리는 오늘의 김장 나눔 행사로 예정되어 있었다. 어제 예정된 온라인 교육이 12월 초 대면 교육으로 변경되면서, 마지막 피날레는 그 날이 될 예정이다. 12월 초까지도 바쁜 나는 참석을 하지 못해, 사실상 오늘이 텃밭 활동과 교육의 마무리를 짓는 날이 되었다.
5월 21일 오프닝 데이 때 나누었던 소감을 시작으로, 오늘 행사에서도 김장 전 첫 소감을 나누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텃밭에서 식물들의 생애를 지켜보며 나도 같이 살아났던 경험, 그리고 텃밭을 오가며 짧게 인사 나누던 이웃 농부님들에게 안내했던
요가와 명상. 텃밭이라는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따로, 또 같이 경험하고 나눌 수 있는지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던 기회가 감사했다.
나를 위한, 나에 의한 퍼머컬처 텃밭 활동
올해 텃밭 활동이 담긴 영상을 보니, 정말이지 열심히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들이 넘어갈 때마다 내 얼굴, 내가 찍은 사진이 참 많이도 나왔기 때문이다.
올해 텃밭을 시작할 때만 해도 백신 부작용으로 몸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텃밭 신청할 때 신청서에 적었던 신청 이유도 건강과 관련이 있었다.
지구와 사람 모두에게 이로운 퍼머컬처로 텃밭을 가꾸며,
저도 땅과 식물과 함께 살아나고 싶습니다.
한 평의 텃밭을 혼자서 책임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식물과 함께 하면 분명 기쁠 거란 생각을 했었다. 작년 밭멍에서 했던 경험들이 나를 너무 기쁘게 해주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의심의 여지란 없었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던 일을 다시 그만두고, 몸에 무리 되지 않는 만큼의 일만을 했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일찍 일어나 텃밭에 갔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멀어서 매일은 못 가지만, 갈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갔다. 저혈압이라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는데, 주말에는 신기하게도 눈이 잘 떠졌다. 그리고 텃밭에 가는 걸음마다 우주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자연과 만나러 가니, 무사히 용인 텃밭까지 도착하게 해달라고. 땅과 식물을 살리러 가는 일이니 꼭 도와달라고.
텃밭에 갈 때면, 늘 자연과 우주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일상에서도 언제나 함께 있지만. 매트 밖에서 요가하는 것, 눈을 뜨고 명상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또 한 번 깊게 느꼈다. 꼭 수련과 수행을 하는 것만이 요가와 명상인 것만은 아니다. 의도를 담으면, 하고 있는 모든 것이 기도와 명상이 된다. 사실, 명상을 한 뒤에 우러나오는 의도 어린 행동이 명상의 완성이다. 흔히 눈을 감은 자애로운 부처의 상을 사람들은 명상이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모양이지만. 부처가 대단한 것은 깨달음 뒤에 행동을 했기 때문이고, 그 행동이 그가 전한 가르침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자연과 가장 가깝고 창의적인 퍼머컬처로 텃밭을 가꾸는 것이 내게는 깨달음 뒤의 행동이다. 사실, 그랬기 때문에 토요일도 일요일도 갈 수 있었다. 매일 매트 위에 요가 수련자로 서는 것처럼, 홀로 앉아 명상하는 것처럼. 토요일도 일요일도, 온 마음을 다해서 텃밭 활동을 했다. 내게는 정말이지, 나를 위한, 그리고 나에 의한 진정한 (?!!) 텃밭 활동이었다.
손발이 착착! 효율적이고도 즐거운 김장 작업
김장은 두 명이 한 조가 되어서 하는 것이었다. 나는 텃밭 활동 내내 그래왔던 것처럼 혼자였지만, 맛있는 정원 선생님들이 배정해주신 팀원이 있어 같이 할 수 있었다. 일행이 바쁘셔서 혼자 오신 옆 텃밭, 38번 이웃 농부님이었다. 또 옆 자리에는 텃밭에 자주 카풀로 같이 가곤 했던 11번 텃밭 이웃 농부님이 계셨다. 덕분에 텃밭에서 인사를 나누며 친해진 이웃 농부님들과 즐겁게 이야기하고 사진도 찍으며 수월하게 김장을 할 수 있었다. 옷에 고춧가루가 묻을 때마다 새로운 추억이 생겨나는 느낌이었달까? 가족이나 친구, 지인과도 같이 김장할 일이 없는 시대에 가끔 텃밭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김장을 하고 흘러내린 김장 장갑을 올려주는 일이란 진귀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보면 집안일을 가족에게 배운 것보단 혼자 터득하거나 사회에서 알게 된 사람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배운 것이 많다. 이번 김장도 그런 경험이 되었다. 절임배추와 속이 준비되어 있어서 배추에 속을 바르는 것만 하면 되었지만, 그것도 처음에는 조금 어려웠다. 맛있는 정원 선생님들이 오가며 알려주셔서, 곧 내가 빨리 작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여기서 잠깐! 김장 배추 속 빨리 바르기 TIP
1. 절임배추 반통의 안쪽 (아기 배추잎이 있는 잘린 쪽)을 위로 향하게 놓는다.
2. 배추잎을 넘기면서 뒷장에만 쓱쓱 바른다.
3. 가장 큰 바깥쪽 배추잎까지 다 바르면 덜 발린 부분 사이사이에 속을 조금씩만 넣어준다.
* 중간 중간 배추에서 떨어져 나오는 배추잎은 대야 한 쪽에 모아뒀다가 김장 중 간식으로 먹어도 좋다.
또는 나중에 김장 김치를 통에 담글 때 배추 위쪽으로 덮어주는 데 써도 좋다 (이것은 푸르고 넓적한 잎으로도 많이 한다. 덮는 이유는 김치가 익는 동안 생길 수 있는 흰 곰팡이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김장 배추 속을 바깥쪽부터 바르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반대로 하는 것이 훨씬 편해서 그렇게 했다.
맛있는 정원 선생님들과 도움을 주신 청년 스텝 분들이 주방 안팎에서 정말 분주하게 준비를 많이 해주셨다. 배추 속 바르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게 속도 바로 바로 만들어주시고, 배추도 큰 쟁반에 8-10포기 정도씩 담아서 날라다 주셨다. 속을 다 바른 배추는 바로 나눔 보관 통에 넣어주시고. 나와 함께 김장을 해주신 이웃 농부님도 손과 발이 재빠르셔서, 배추 배달과 공급을 바로 바로 해주셨다. 덕분에 맛있는 정원 이진호 대표님은 "여기선 속을 아주 알차게 쓰시나봐요. 제가 속을 들고 이 쪽으로 한 번도 온 적이 없어요!" 라고 하시며 신기해하셨다. 하지만 알고 보면 부지런한 이웃 농부님의 손발품 덕분이었다.
40여명의 손길로 태어난 2800 포기의 김장김치
다른 테이블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오신 가족 농부님들, 토요타 임직원 분들이 엄청 부지런히 작업을 하셨다. 40여명의 손길로 총 2800 포기의 김장김치가 완성되기까지 약 두 시간의 시간이 걸렸다. 혼자 했으면 얼마나 걸렸을까? 힘들고 고되다고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김장 김치가 기부되는 안나의 집에서는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루에 약 50 포기씩의 김장 김치가 소비된다고 한다. 2800 포기는 가정에서는 담지 않는 숫자이지만, 배식을 하는 곳에서는 많은 숫자가 아닌 것이다. 눈으로 보고도 사실 2800 포기라는 것이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다. 정말이지,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다 같이 하니 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김장 나눔을 한 안나의 집과 토요타 코리아의 뜻깊은 인연
안나의 집과 토요타 코리아의 인연은, IMF 때 무료 급식소에 봉사를 하러 오신 토요타 직원 분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 사람이 주말마다 즐겁게 한 봉사가, 회사의 다른 직원들의 봉사로 이어졌다고. 그 뒤엔 렉서스와 토요타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봉사와 기부까지 이어졌다고 하니, 참 신기하고 아름다운 인연으로 보였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일은 역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전해지게 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 토요타나 렉서스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 나도 참여하게 된 걸 보면 말이다. 좋은 일은 계속 하고 볼 일이다. 물론, 하면서 힘들고 고되다 느껴져 그만두고 싶을 때도 분명히 생기지만 (힘들다고 하면서도 어쩐 일인지 계속 하고 있는 것이 요가와 명상 수업이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외면할 수가 없어 계속 하다 보니 내게도 의미가 깊어지고 말았다). 혼자서는 할 생각도 엄두도 내지 못했을 김장 나눔. 주말농부 프로그램 덕분에 귀하게 경험했다. 식물을 가꾸고 자급자족하는 것을 넘어 커뮤니티와 연결하고 소통하는 일을 하는 것도 퍼머컬처의 일부이니, 프로그램의 처음부터 끝까지 퍼머컬처를 다각도에서 체험해본 셈이다.
김장 후에는 참여자들에게 진공 포장된 수육을 선물로 주었는데, 채식을 하는 나로서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물론 선물을 준다는 것 자체도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지구샘도 이 부분에 대해서 미리 알려주시면서 나중에라도 비건 간식으로 꼭 챙겨주시겠다고 해서 따뜻한 배려에 많이 감동했다.
그렇지만 퍼머컬처를 기반으로 한 텃밭 활동임을 감안해서, 취지에 맞게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비건 간식이나 야채, 과일 등을 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 챙기는 일에 익숙해져있는 도시민 생활을 하다가, 텃밭 활동과 나눔 행사를 통해 또 한 번 같이 더불어 사는 것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주말마다 교육으로 만난 맛있는 정원의 이진호 대표님, 지구샘, 이든샘. 마음 따뜻하시고 선하신 좋은 분들이시다. 오늘 행사 이후집에 가기 전에 선생님들에게 인사를 드렸다. 그 때 이진호 대표님이 이렇게 얘기하셨다.
우리, 이제 인연의 시작인 거죠?
듣는 순간 그 말이 참 좋았다. 우리는 또 만날 거라는 기대와 서로를 좋은 인연으로 여기는 마음이 진심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도 망설임 없이 네, 하고 대답했다. 언제나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앞으로 또 어떤 퍼머로운 여정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흐르는 대로 따라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텃밭 활동에 대해서는 아직 못 올린 내용들이 많아 차차 더 올릴 예정이다. 올해의 텃밭 활동을 자양분으로 삼아, 앞으로도 생태 텃밭 가드너, 그리고 퍼머컬처 디자이너로서 있는 곳곳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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