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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머컬처

내 안의 집에 네 기둥 세우기: 퍼머컬처의 네 번째 원칙을 실행하는 포레스트 요가 워크샵

by 지반티카 2023. 12. 6.

지속 가능한 농법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홈그렌의 퍼머컬처에는 열두가지 원칙이 있다.
 

퍼머컬처의 12가지 원칙

 

1. 상호작용을 관찰하기
2. 에너지를 붙잡아 저장하기
3. 산출물을 얻기
4. 자기 규율을 확립하고, 피드백을 받아들이기 
5. 재사용하고, 가치를 높이기
6.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7. 자연의 패턴을 적용해 설계하기
8. 분리하기보다 통합하기
9. 작고 느린 해결책을 사용하기
10. 다양성을 소중히 여기기
11. 가장자리를 활용하고, 주변부를 소중히 여기기
12. 창의적으로 변화를 활용하고, 이에 대응하기 

 
 
이 중에서도 네 번째 원칙, '자기 규율을 확립하고, 피드백을 받아들이기'를 실행할 수 있도록 고안한 포레스트 요가 워크샵을 진행했던 경험을 나눈다. 
 

2023/12/01 춘천 솔바우마을 그렝이에서 진행한 포레스트 요가 워크샵.

 
<내 안의 집에 네 기둥 세우기> 라는 주제의 포레스트 요가 워크샵은 이번에 포레스트 요가 워크샵을 의뢰한 라이프 크래프트 컴퍼니, 그렝이를 위해 고안한 워크샵이다. 만들고, 진행을 해보니 퍼머컬처의 원칙과 겹치는 부분도 많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워크샵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그렝이 작은집짓기 교육생들을 위한 포레스트 요가 워크샵 : 내 안의 집에 네 기둥 세우기

 
그렝이는 춘천 솔바우마을에 위치한 라이프 크래프트 컴퍼니이다. 최지혜 대표와 김지영 목수, 그리고 다수의 건축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 2022년, 2023년 두 해에 걸쳐 작은집짓기 프로그램이 그렝이에서 진행되었다. 연말에는 홈커밍데이를 열어 그렝이 작은집짓기 프로그램을 수료한 교육생들과 함께 워크샵과 식사를 한다. 감사하게도 작년과 올해, 최지혜 대표님의 요청으로 두 번에 걸쳐 포레스트 요가 수업을 진행하였다. 첫 홈커밍데이가 열린 작년에는 60분 요가 수업을 진행했었고, 올해는 강의 1시간, 요가 1시간 의뢰를 받았다.
 
작년에는 최 대표님의 요청으로 추운 날 기지개를 펴고 힘찬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요가 수업을 진행하였다. 올해는 그렝이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주제를 찾아보던 중, 포레스트 요가를 구성하는 네 기둥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내 안의 집에 네 기둥 세우기>라는 주제를 뽑아 제안하게 되었다. 최 대표님이 흔쾌히 수락해주어, 홈커밍데이에 참석한 교육생들과 함께 각자의 집에 네 기둥을 세우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강의 시작 전, 포레스트 요가의 손목 스트레칭을 교육생들에게 먼저 안내하였다.

 

포레스트 요가의 네 기둥: 숨, 진정성, 힘, 영혼 

포레스트 요가를 구성하는 네 기둥은 숨과 진정성, 힘과 영혼 (Breath, Integrity, Strength, Spirit)이다.
 

포레스트 요가의 네 기둥 (four pillars). 출처: forrest.yoga

 
현대 요가 중에서도 굉장히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편에 속하는 포레스트 요가를 만든 아나 포레스트의 삶에도 이 네 기둥이 튼튼히 세워져 있다. 아나 포레스트는 자신의 삶에서 어려웠던 고난과 고비의 순간들을 넘어가며, 건강한 몸과 마음, 영혼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내면서 자신만의 요가 체계를 정립했다.
 

아나 포레스트는 하나의 원으로 연결된 사람들을 치유하겠다는 영혼의 맹세를 지키는 매일을 살고 있다.

 
요가를 수련하는 학생들 역시 스스로 치유하고, 자립하는 데 사용할 수 있도록 그녀의 수업, 그리고 그녀의 제자들의 수업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 것이 바로 포레스트 요가이다. 
 

독립적인 한 개인으로 자립하는 과정, 요가와 명상

요가와 명상을 수련하며 알게 된 것이 있다. 때로는 매트 위에 서서, 때로는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호흡하는 이 수련이 내가 나 자신을 만나고, 알아가고, 돌보고 치유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리고, 영혼이 담겨 있는 육체의 두 발로 땅을 딛고 스스로 서는 일, 즉 자립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이다.

독립적인 한 사람이라는 개체로 우뚝 서기까지, 내가 나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집이 내 안에 필요하다. 튼튼한 집이 내면 세계에 들어설 수 있는 집터를 세우는 과정, 내 안의 집이 잘 지어질 수 있도록 튼튼한 기둥을 세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살아지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거쳐야 하는 작업이다. 지식이나 지위를 얻기 위한 노력보다도, 이런 과정을 잘 배우고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빨리 알게 되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좋은 건 알겠고, 나중에 하겠다는 생각으로 밀쳐두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밀쳐두게 되면 언제라도 하지 않는다. 미루고 미루면서, 미루는 나 자신을 지겨워하고 싫어하는 악순환을 인지하고 있다면 이를 또 반복할 필요는 없다. 

미루지 않고, 누구나 그런 시간을 꼭 가져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포레스트 요가 워크샵. 남의 성공 공식이나 성공 루틴을 따라 하는 것은 쉽지만, 나만을 위한 맞춤 규칙, 또는 규율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할 생각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해보면, 나의 언어로 내게 맞는 규율을 찾는 것이 가능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규율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내가 내 자신을 돌아보며 피드백을 하고, 그 피드백을 받아들여 수정, 보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내가 세운 규율을 스스로 무너뜨리지 않는 한 (스스로의 규율을 지키다가 때때로 무너뜨리고 새로운 규율을 세워야 하는 때가 오기도 하지만), 자율적으로 퍼머컬처의 네 번째 원칙을 실행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포레스트 요가 수련이면서 한 개인인 나의 경험도 나누었다. 여러 사람들이 변화한 사례를 듣는 것은 그 어떤 지식보다도 큰 배움이 된다.

 
그래서, 그렝이 작은집짓기 교육생들에게 내 안의 집에 네 기둥을 세우는 작업을 왜 요가를 통해서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내 안의 집에 실제로 기둥을 세워보는 강의 시간과, 몸을 움직이는 포레스트 요가 수련을 통해서 스스로 선택한 내 안의 집의 네 기둥을 견고히 세우고, 나 자신에게 각인시키는 시간을 가졌다. 
 

몸의 힘을 키우고 사용할 줄 아는 것은, 곧 마음의 힘을 키우고, 사용하는 것과 연결된다.

 
나에게 꼭 맞는 작은 나무집을 지어보는 교육 프로그램을 찾아 춘천에서도 깊숙히 들어간 곳에 위치한 솔바우마을까지 찾아오는 그렝이의 교육생들과 아주 잘 어울리는 수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요즘 계속 생각해보고 있는 주제였는데, 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좋았다는 피드백을 준 교육생도 있었다. 각자, 내 안의 집에 세울 네 기둥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수련을 통해 세우는 소중한 경험이었기를 바란다.
 

그렝이에서의 강의 이후 솔바우마을의 마을회관에서, 다들 집중해서 요가 수련을 해주었다. 즐겁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포레스트 요가 워크샵 이후, 그렝이에서 진행된 박광오 건축사의 <건축과 탄소중립> 강의와, 춘천 향교 근처에 위치한 오늘산책 카페와 올어바웃디자인을 운영하고 있는 이은정 대표의 퍼스널 브랜딩 강의를 들었다. 신기하게도 평소에 관심을 두고 있었던 주제들이었다. 내게 꼭 필요한 내용이기도 한 내용들이어서, 재미있고 유익한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추후에도 기회가 된다면, <내 안의 집에 네 기둥 세우기>라는 주제로 그렝이의 교육생 또는 의뢰하는 기업, 기관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 내용은 후에 또 강의를 하거나 이 주제를 가지고 다른 형태의 컨텐츠를 만들 경우를 고려하여 본 글에는 올리지 않는다). 각 기업, 기관마다 추구하는 가치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있으나,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가치를 베이스로 두고 의뢰한 조직과, 조직이 위치한 공간에 어울리는 맞춤 요가와 명상 강의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게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또, 조직에 맞추지 않고 내가 나아가고 있는,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하는 방법과 실천에 초점을 둔 수업을 하더라도,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되는 내용들을 강의와 요가, 명상 수련으로 풀기 좋은 시대가 된 것으로도 보인다. 
 

꼭 농사를 지어야만 퍼머컬처를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퍼머컬처에는 여러 원칙이 있다. 이 원칙들은 지속 가능한 농사를 하는 데 적용할 수 있는 원칙들이 맞다. 그러나, 농사에만 적용할 수 있는 원칙들은 아니다. 때로는 건축, 요가, 명상 등 농사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다른 일을 해야만 실천할 수 있는 원칙들이기도 하다. 퍼머컬처는 지속 가능한 농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농법만을 논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이다. 포레스트 요가와 퍼머컬처는 그런 점에서, 서로 다르지 않다.
 
돈 벌려면 방을 나가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 포레스트 요가와 퍼머컬처처럼, 시간과 품이 들어가는 작업을 왜 굳이 누군가는 시간 내어 하는지 그 이유는 명확하다. 모두 함께 지속 가능한 삶을 살아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혼자 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다른 사람들도 이 과정을 할 수 있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알려주고, 도와야 한다. 이 일을 혼자서 하지 않고, 같은 뜻을 가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면 더욱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퍼머컬처로 농사를 짓고 싶은데, 땅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도시에 주거하고 있으면서 실천할 수 있는 퍼머컬처 원칙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또 사람들이 지속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같이 실천하는 일이 농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위해서 지금 당장 집을 짓고 농사를 지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지금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 해나가려고 한다. 물론, 나만의 아름다운 집과 위대한 작은 텃밭을 가지겠다는 꿈을 계속 꾸면서 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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